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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1회 대구국제현대음악제 리뷰 | 2. 개막연주회 2021년 8월 25일 오후 4시 대구 콘서트하우스의 챔버홀에서 음악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연주회가 시작되었다. 여느 다른 연주회와 같이 이 연주회에 입장하기 위해서도 체온 체크와 등록이 필수였다. 어쩌다 이런 세상에 살게 되었을까 싶으면서도 이 힘든 시기에 열린 음악제이기에 더욱 그 가치를 음미할 수밖에 없었다. 관객들은 팸플릿이나 종이로 된 프로그램북 없이* 티켓만 가지고 홀에 입장하게 되었다. 붉은색 객석의자와 노란 조명에 비치는 갈색의 무대, 적절하게 유지되는 시원한 온도, 그리고 그에 적합한 청각적 자극에 음악회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여섯 작곡가의 여섯 곡으로 이루어진 이 공연의 시작은 김승림 작곡가의 multipercussion을 위한 곡 “두드리다percuss” 였다. 티켓을 들고 .. 2021. 9. 12.
제 31회 대구국제현대음악제 리뷰 | 1. 프롤로그 이 글은 시리즈로 2021년 8월 25부터 27일까지 대구 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린 제 31회 대구국제현대음악제에 관한 리뷰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는 연주회나 작품에 대한 비평(특히 초연은 더욱이)이 실질적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 글은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비평과 리뷰를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도전이다. 비평은 결코 현존하는 작곡가들에게 그리고 무대에 지속적으로 서는 연주자들에게만 필요한 부분이 아니다. 물론 음악가에게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피드백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음악 사회 안에서 동료와 선후배, 스승과 제자의 말 한마디가 중요한 이유다. 그마저도 “잘 들었습니다” 라는 문장으로 끝맺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리뷰라는 것은 작품과 연주 자체의 피드백을 음악가와 청중 그리고 독자에게 전달함으.. 2021. 8. 29.
획일화, 그리고 가벼움 무엇을 공부한다는 표현은 과거의 것을 익히고 이해하는 것에 가깝다. 대부분은 누군가 정립해놓은 것을 받아들인다. 이것은 현재의 삶을 다른 방식으로 인지하게 해 주며 동시에, 미래를 그리는 바탕이 된다. 오랜 기간 공부하면서 자주 질문하는 것이 있다. 왜 현재에는 이전보다 천재라 하는 사람들이 적은 걸까.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줄어드는 것일까. 분명 역사 안에서 물질적인 풍요는 증가하고 있는데 어딘가 멈춰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우리가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있기 때문일까. 우리는 모두 언제가부터 정해진 규율 안에서 살고 있다. 교육에 관한 체계는 더욱 그러하다. 어느 나라 어느 곳 할 것 없이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정해진 커리큘럼으로 누군가가 정리해 놓은 내용을 배운다.. 2020. 11. 19.
현대음악에 관한 글 읽기 - 사이트 모음 1. 오늘의 작곡가 오늘의 작품 blog.naver.com/ozak_korea 오늘의 작곡가 오늘의 작품 : 네이버 블로그 비평지 『오늘의 작곡가 오늘의 작품』의 블로그입니다. blog.naver.com 대형서점을 가면 습관적으로 음악 분야에 새로 나온 책들이 없나 보곤 하는데, 몇 년 전에 아주 작고 얇은 색색깔의 잡지를 찾았었다. 한국에서 이만큼 현대음악에 대해 다뤘던 비평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반가웠던 잡지. 물론 장점도 단점도 많긴 했지만. 조금 더 색다르고 현대적인 것들을 다뤘으면 하는 관심도 있지만, 나오면 꾸준히 무슨 글이 있나 찾게 되는 비평지. 2. 음악학자 신예슬 웹페이지 shinyes.kr writing about music shinyes.kr 3. 작곡가 이의경 블로그 m.blog.. 2020. 9. 22.
듣는다는 것에 관하여/청중의 입장에서 (독일 쾰른에서 2번째로 열린, 3일간의 WERFT 현대음악 페스티발을 다녀온 후, 멈춰버린 것만 같은 현대음악의 현 상태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직 정리가 되지 않고, 스스로도 정립(!)하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쓰고자 했던 이야기부터 작성하고자 한다.) 청중의 입장에서 어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작곡가의 곡 그 자체뿐만 아니라 지휘자와 연주자들의 공연,그리고 연주회가 이루어진 시간과 장소에 청중은 큰 영향을 받는다. 이것은 청중의 입장에서 보면 수동적인 것들로 청중이 주체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닌, 수용하게 되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듣는 사람은 주체적으로도 본인의 영향을 받는다(!).즉, 그 날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느껴지는 몸의 컨디션이라든가 혹은 살면서.. 2019. 12. 1.
관계와 집단, 그리고 절차.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로 잘 맞는다는 표현은 어떠한 대상에 대한 관심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일처리 방식과 그 절차가 비슷할 때가 아닌가 싶다. 외딴 섬에서 자급자족하는 것이 아니라면, 매일 같이 누군가와 어떠한 일을 하게 되는데-아주 작은 예로 길거리에서 서로 마주해 걸어 지나가는, 사소하지만 매일 수천명과 일어날 수 있는 일까지-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대부분은 이렇다 정해진 규율과 같은 것이 있다. 일례로 편의점에서 물을 하나 사더라도, 손님의 입장에서는 물을 가져와서 계산대에 올리고 판매원의 입장에서는 바코드를 찍고 계산을 하게 되어있는 일종의 절차들. 상호 간의 정해진 법칙 같은 것으로 우리는 매일 하루를 살고 있다. 집에서 부딪히는 가족 간의 관계는 제일 긴밀하니 건너뛰어 사소.. 2018. 12. 27.
CsoundQt 한글 패치 안내 https://github.com/CsoundQt/CsoundQt/releases CsoundQt 가장 최신 버전에 한국어 메뉴가 추가되었습니다. 위의 링크에서 가장 최근 버전을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혹시 사용 중에 Csound에 관한 문의나, 한국어 번역에 오류 및 문제가 있을 시에 댓글을 남겨주세요. 2018. 11. 3.
현대예술과 폭력성 폭력(暴力). 네이버 국어사전에 의하면, 명사남을 거칠고 사납게 제압할 때에 쓰는, 주먹이나 발 또는 몽둥이 따위의 수단이나 힘. 넓은 뜻으로는 무기로 억누르는 힘을 이르기도 한다. 라고 적혀있다. 아방가르드Avant-garde라는 방패 안에서 무엇이든 해도 될 것만 같은 현대 예술안에서의 시도는 21세기가 들어서 격해졌다 무디어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그 와중에 공연을 가다보면 간질환자나 노약자는 참석을 피해달라거나 혹은 공황을 일으키는 환자들에게 주의를 주는 문구들을 간혹 볼 수 있다. 빛이나 소리에 대한 감각적 자극 때문이다. 누가 보아도 화려함을 넘어선 눈부심이 있고 누가 들어도 집에 가는 길에 이명에 시달릴 정도라면 그 자극은 원하는 사람만 느끼게 하는 것이 맞다. 문제는 원하지 않든 원하든, 그.. 2018. 10. 12.
독일 음대 유학, 그리고 Deutsch. 독어. https://www.zeit.de/2014/04/musik-hochschule-studenten-auslandhttps://www.nmz.de/artikel/sprechen-sie-chinesisch 위 링크는 아시아인들이 독일 음악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얼마나 독어를 못하는지 보여주는 척도 중에 하나이다. 신문에 한국인 음대생을 언급할 정도이니 실질적으로는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있고 비웃음이 되고 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현직 독일 음대 타악기 교수 중에, 약 10년 전, 강사일 때 나와 같이 연주를 했던 사람이 있다. 리허설을 끝마치고 식사를 하는 도중에 그 교수가 말하길,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 한국인들도 많은데 대부분 독어를 못한다고 했다. 그 때 나는 거기에 동의할 수도 없었고 비판할 수도.. 2018. 9. 17.
작곡가로서 바라보는 작곡에 대한 정의 작곡가로서 바라보는 작곡에 대한 정의. 인생이 그러하듯 음악은 시간 자체를 소리로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단어를 골라 언어로 표현할 필요는 없을지 모르겠지만, 작곡가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서술을 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고 또한 그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그래서 지금 마감기한을 넘겨 곡을 쓰면서도 이런 글을 마감을 제쳐두고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작곡이란 개념을 접하고 오선지로 악보를 그리기 시작한지 약 17년차인 작곡가로서 작곡에 대한 개인적인 정의를 내리려고 하면, 그동안의 경험들을 풀어낼 수 밖에 없는데, 크게 이야기하자면, 이론과 모방을 하던 시기를 포함하여 2012년까지, 약 11년차 작곡가로서의 삶에 단 한곡도 완성하지 못한 해가 되려 전환점을 맞아주었다고 할 수 있다. 슬럼프를.. 2018. 4. 4.
독일 음악이론 교재 추천 독일 음대 입시를 위한 음악이론 뿐만이 아니라 재학 중, 그리고 졸업 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더 많은 음악 공부를 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들이다. 독일어로 처음 음악이론 교재를 접하는 사람들을 위한 추천: 1. ABC Musik, Allgemeine Musiklehre / Wieland Ziegenrücker 처음 독어로 음악이론을 배우기에 아주 적합해, 단원별로 용어를 정확하고 자세하게 익힐 수 있어서 처음 공부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 Die Musikausbildung Bd. I, Allgemeine Musiklehre / Erich Wolf 총 3권으로 이루어져서 2, 3권에는 화성학과 대위법이 있는데 1권은 기초 음악이론으로 ABC Musik처럼 용어를 .. 2018. 1. 15.
독일 음악대학 학위에 대하여 수많은 한국 학생들이 독일 음악대학에서 유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위 명칭에 대해 불분명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특히, 귀국 후 쓰는 프로필/약력에 어떻게 써야할지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 같다) 이 페이지에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2010년 이전에 독일로 유학을 나온 음악 전공생들의 대부분은 직접 겪었을 Bologna-Prozess볼로냐 프로세스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다(볼로냐 프로세스에 대해 아직 모른다면 다음의 위키페디아 정보를 읽어보기를 바란다).독어: https://de.wikipedia.org/wiki/Bologna-Prozess한글: https://ko.wikipedia.org/wiki/볼로냐_프로세스 2010년 이전의 독일 음대의 학위는 Diplom디플롬이었다. 대개 9-11학기의.. 2018. 1. 15.
독일 음악대학 명칭들 (이 글에서는 한국어로 번역할 때, 국립음악대학이라고 불려지는 대학만을 추렸으며, 아카데미와 콘서바토리는 제외했고, 이에 관한 글은 다시 쓸 예정이다)보통 유학생들이 독일 음대의 명칭을 Musikhochschule라고들 많이 하는데, 각 지역, 각 학교마다의 명칭은 사실 따로 있다. 소위 음악부만 있는 대학의 경우(즉, 말그대로 음악대학) 대부분 Hochschule für Musik 라고 칭하며, Berlin베를린에 있는 Hanns Eisler한스아이슬러를 포함, Detmold데트몰트, Dresden드레스덴, Freiburg프라이부르크, Karlsruhe칼스루헤, Nürnberg뉘른베르크, Trossingen트로싱엔 Weimar바이마르, Würzburg뷔르츠부르크 정도이다. 실질적으로 학교 이름으로 Mu.. 2018. 1. 1.
음악 전공자들에게 하고 싶은 시간과 공부에 대한 조언 20170224 음악 전공자들에게 하고 싶은 시간과 공부에 대한 조언 10년 넘게 대학에서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중, 고등학생을 포함,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 학사를 마치고 나면, 국내외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밟는 사람들이 대부분은 음악공부를 지속하려고 그리고 직업적으로도 음악을 하고 싶어서 대학에 있는 시간을 연장하는 것인데 학사보다 그 때의 시간이 훨씬 더 중요하다. 사실상 학사 때부터 자기만의 공부를 늘려야하는 것이 맞으나 쉽지 않은 시간조절이고 옆에서 누가 조언해주지 않는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할 것인지 처음부터 혼자서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미래에 음악가로서 평생 살고 싶다면, 음악가로서의 공부는 결코 끊임이 없을 것임을 일단 명심하라고 하.. 2017. 2. 24.
음악, 사람 그리고 인맥 마감이 코앞에 닥쳐있는데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것은 최근에 들은 많은 이야기가 머릿 속에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지금 쓰고 있는 곡은 전자음악을 포함한 곡인데 나 또한 작곡가로서 한 협회의 위촉으로써 쓰게 된 곡이다. 그 위촉이라는 것은 사실상 경제적으로 문화를 지원하려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떠한 추천이든 혹은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 알게 된(사람을 통해서가 아닌 21세기에 걸맞게 인터넷이라든지) 작곡가에게 어떠한 테마나 편성을 주고서 "곡을 만들어주시오"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 추천이라는 것은 특히 건너 알게 된 사람인 경우가 많은데, 현대 사회에서는 대부분 부정적으로 인식된지 꽤 오래되었다. 일반 회사에서도 음악계에서도 연예계에서도 낙하산, 스폰서, 접대 등 성적인 것 이외에도 참 많은 수식어를 달고 .. 2016. 10. 11.
철학하는 광대 프로필 * "철학하는 광대"는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며, 스스로 그런 호칭보다는 예술가라는 호칭을 좋아하고 그보다 더 걸맞는 호칭을 찾아 찾다 생각한게 "철학하는 광대"라, 그렇게 자칭하고 있는 사람. * 블로그는 쉽게 하고 싶은 말을 뱉기보다 글을 쓰고 발행시킬 목적이기 때문에 쉽게 정보를 습득하거나 유희적인 독자보다 목적이 분명하고 읽는 것에 즐거움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 맞춰졌다고 생각함. 화려한 사진이나 줄 간격이 크면 되려 스크롤 압박만 생기고 내용이, 앞으로 쓰고자 하는 내용이 가볍기보단 진지하기 때문에, 화면상에도 그 성격이 묻어났으면 함. *인생이 와해된다는 표현은 어느 순간 자세히 설명하게 되겠지만 인생관이자 사는 목적임. 어렸을 때부터, 무(無)나 숫자 0에 관심이 많았고 negativ 라는 개념을.. 2016. 8. 27.
2015년 43회 범음악제 / 범음악제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바라는 것 2015년 43회 범음악제, 작곡가로서의 참여. 범음악제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바라는 것. 작년에서야 처음으로 한국에서의 작품공모(콩쿨이든 음악제든 뭐든)에 지원을 했다. 카테고리도 맞았고 한국에서 작곡가로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내 곡이 신진작곡가 부분에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받았을 땐 얼떨떨했다. 이렇게 한국에서 처음 작곡가란 이름으로 곡 발표를 하나 싶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그러나 장소와 연주 시간 그리고 리허설 일정과 곡발표를 마치며 범음악제를 다시금 경험할 땐, 가면 갈 수록 부정적인 시선 밖에 안 생겼다. 끝나자마자 감정적으로 범음악제 홈페이지에 '범음악제의 발전을 위한 비판'을 쓰려다가 말았다. 결국 감정적으로 쓴 글은, 감정적으로 밖에 안 남는다는 걸 .. 2016. 8. 27.
한국 현대음악사회, 그 소통의 장에 뛰어들기 위해. 현대음악사회에 뛰어들려면 곡으로 승부해야지,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 작곡가로서 오선지에 음표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빈 종이에 글씨를 적는 이유는 결국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글이 조금 서툴더라도 작곡가로서 사회 안에서 말하지 않고 쓰지 않으면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된다. 내가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작곡가로서 바라본 우리의 현대음악사회는 비판할 것이 너무 많아 다른 작곡가들을 만나면 우리 세대가 해야할 일들을 나열하기 일쑤고 현재 모습에 비판을 넘어선 비난을 쏟아붓는 날도 허다하다. 그러나 쉽사리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확고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적다. 첫번째로 그만큼 자신의 의견이 강하게 피력할 정도로 스스로도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 2016.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