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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사회

음악 전공자들에게 하고 싶은 시간과 공부에 대한 조언

by 철학하는 광대 2017. 2. 24.

20170224

 

음악 전공자들에게 하고 싶은 시간과 공부에 대한 조언

 

10년 넘게 대학에서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중, 고등학생을 포함,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 학사를 마치고 나면, 국내외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밟는 사람들이 대부분은 음악공부를 지속하려고 그리고 직업적으로도 음악을 하고 싶어서 대학에 있는 시간을 연장하는 것인데 학사보다 그 때의 시간이 훨씬 더 중요하다. 사실상 학사 때부터 자기만의 공부를 늘려야하는 것이 맞으나 쉽지 않은 시간조절이고 옆에서 누가 조언해주지 않는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할 것인지 처음부터 혼자서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미래에 음악가로서 평생 살고 싶다면, 음악가로서의 공부는 결코 끊임이 없을 것임을 일단 명심하라고 하고 싶다. 대학(원)의 입시는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모습일 뿐, 평생 음악가로서 산다는 것은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식과 문제를 푸는 수학자들이나 삶과 세상의 이치를 궁금해하며 철학하는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속적으로 음악과 예술과 삶에 대해 조명해보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이 음악가의 삶이다. 이미 순수예술 혹은 순수학문을 택했다는 것은 사회 안에서 볼 때 경제적으로 가정적으로 규칙적인 삶은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은 음악에 관한 것들을 배운다(매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음악사, 이론, 그 외 시창청음이며 실내악, 오케스트라 등 전반에 관한 것을 배우지만, 학부 졸업생들 중에 스스로 공부하고 그 이치를 깨달으려하는 학생들은 극소수다. 특히 한국에서는 화성학도 바흐 코랄에 집중되어 있고, 음악사도 클래식과 낭만에 훨씬 치중되어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의 음악, 그리고 현대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고 있는 학생들은 손에 꼽기조차 힘들다. 하지만 정말 순수음악가로서 살아간다면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이 음악 전반에 대한 공부다. 르네상스 시대 대위 혹은 바로크 때 수사학을 알지 못하면, 클래식이나 낭만에서의 음정과 리듬을 결코 손에 다 담아낼 수 없다. 음악사를 배우다보면 역사 전반에 대해 공부해야하고, 오페라나 성악곡을 공부하다보면 여러 나라의 언어와 언어마다의 색채,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게 되며, 어떤 홀에서 어떤 소리를 낼 것인지 음향학에 대해 공부하다보면 수학과 물리를 알아야하고, 음악 그 자체를 이해하려면 미학과 철학이 필수다. 모든 학문들이 그러하듯, 한 학문을 깊게 이해하려다보면 결국 모든 다른 학문들과 닿아있는데, 이 논리는 진부하면서도 학생들이 결코 실천하지 못하는 진실이다. 

결국 문제는 시간이다. 모든 학문과 모든 진리를 다 깨닫고 나면 삶의 의미가 과연 남아 있을까 싶지만 인간으로서 그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이라 친다면, 우리는 음악가로서 끊임없는 우주여행을 해야하는 것이 숙명이다, 그 모든 진리에 다가가고자 하는 여행. 심지어 범우주를 넘어선.

위에 언급했듯이 순수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사회 안에서 일상적으로 규칙적인 생활은 단념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택하여야한다, 적당히 음악하며(과연 적당히라는게 존재하기는 하냐마는) 좋은 가정을 꾸리고 주말에는 쇼핑을 하고 가벼운 영화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절대 패션이나 영화계나 음식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음악가로서 좋은 음식과 다른 예술을 접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여러 사람들과 사회 돌아가는 얘기와 어제 본 티비의 개그에 대한 농담을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지(뉴스와 개그 또한 중요하지만!), 혹은 한 순간 한 순간 음악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며 세상의 이치와 예술의 깊이에 대해 빠져살며 가정에는 소홀해지고 간혹 술과 담배 그리고 커피에 빠져, 나 자신의 신경을 옭아매든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는 거지만, 사실이기도 하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질 높은 연습시간을 갖는 것이다. 1시간이 주어졌을 때, 먹기만 하는 것도 혹은 도움 되지 않을 연습-손가락 근육운동만 한다든가. 이 경우에 근육조차 잘못 쓰면 최악의 악이고, 근육운동만 제대로 하면 악이고, 음악을 그 연습 시간 안에 즐기고 있으면서도 근육운동이 된다면 최고일 것이다-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 20분 정도 혀가 기분 좋았다면 40분 동안에는 그 모든 탄수화물의 80-90%는 뇌가 쓸만큼의 연습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다른 예술을 접하고, 나와 다른 악기를 배우고 들으며 다른 음악가들의 삶을 대화를 통해 경험하는 것이 어릴 수록 더 노력해 얻어야할 것들이다. 

결국 시간싸움이고, 그러다보면 극단으로 나눠지기 십상이다. 적당히 음악을 직업으로 삼거나 아니면 인생 그 자체가 예술이 되거나. 지금 음악을 전공하고 있다면, 택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이도저도 아닌 삶을 살게 되기 쉽다. 음악을 하루 8시간 노동하는 직업의 한 분야로 선택하고 싶다면, 일찌감치 음악 안에서의 기술을 배우고 사람들과의 연을 중요시하고 스펙을 쌓고 좋은 배우자를 찾아 아이들을 잘 키우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고, 평생 예술가로 살고 싶다면 끊임없이 한 순간 한 순간 긴장 속에서 나 자신을 찾고 예술을 갈고 닦으며 세상과 마주해야할 것이다. 무엇이 좋고 나쁠 것은 없다. 전자가 안정적인 삶이라면 후자는 한량이 되기 쉽고, 전자가 깊이가 없다면 후자는 그 깊이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어쩌면, 모든 예술하는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기질을 파악하고 있을지 모른다. 아니, 이미 답은 정해져있을 것이다. 자신이 믿는 길을 가면 된다. 선택과 실천의 일일 뿐이다.

 

평생을 예술가로서 살고 싶은 음악가들에게 하고 싶은 추가적인 조언.

(어쩌면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스스로에 대해 다시 한번 조언을 각인(!)시키고 싶어서일지 모르겠다.)

 

많이 읽고, 많이 듣고, 많이 보는 동시에 동시에 자주 쓰고, 자주 소리를 만들어내고, 자주 그림을 그리자. 받아들이는 것과 뱉는 것은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일이다. 아무리 좋은 음악을 많이 들어도 스스로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말짱 도로묵이다. 

철저히 자기관리를 하자. 무대에 선다는 것은 나를 보여주는 것이다. 술 취해서 연주할 수도 있고, 배루른 상태에서 노래부를 수도 있지만, 음악은 시간예술인만큼 그 시간을 최대한 무아지경으로 즐길 수 있어야한다. 술에 취해 발휘할 수 있는 흥은 있을 수 있어도 배부른 연주가 결코 집중력을 불러올 순 없다. 

여러 분야의 공부를 관심이 가는대로 조건없이 하자. 다른 분야를 알면 알수록 예술은 깊어진다.

스스로의 인생에 끊임없이 자문하고 의심하자. 왜 지금 이런 삶을 살고 있는지 깨어있지 않으면 안된다.

주기적으로 사람들 앞에 서자. 예술가는 보여지지 않고 사람들 없이는 완성되기 힘들다.

 

아마 예술가라는 단어 한마디만으로 느껴지는 전율이 있는 사람이라면 두가지 기분을 느낄 것이라 생각된다. 평범할 수 없는 인생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세상과 예술에 대한 사랑이자 보이지 않는 암흑 같은 삶에 대한 환상 혹은 상상. 21세기에 예술가로서 살기에는 너무 고단한, 그런 삶.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니 이런 자신의 삶에 조금이라도 더 활력을 넣어줄 누군가가 또 있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이미 언급했듯, 끊임없이 갈고 닦지 않는 예술가의 삶은 결코 도태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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