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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유학생활기

독일 음대 유학, 그리고 Deutsch. 독어.

by 철학하는 광대 2018. 9. 17.


https://www.zeit.de/2014/04/musik-hochschule-studenten-ausland

https://www.nmz.de/artikel/sprechen-sie-chinesisch


위 링크는 아시아인들이 독일 음악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얼마나 독어를 못하는지 보여주는 척도 중에 하나이다. 신문에 한국인 음대생을 언급할 정도이니 실질적으로는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있고 비웃음이 되고 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현직 독일 음대 타악기 교수 중에, 약 10년 전, 강사일 때 나와 같이 연주를 했던 사람이 있다. 리허설을 끝마치고 식사를 하는 도중에 그 교수가 말하길,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 한국인들도 많은데 대부분 독어를 못한다고 했다. 그 때 나는 거기에 동의할 수도 없었고 비판할 수도 없는 난처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들은 말이 더 슬펐다(충격이라기보다는 정말, 슬펐다).


“독어를 못하는데, 근데 영어는 독어보다 더 못하더라.”


10년이 지나도 잊울 수가 없는 말이고, 그 상황에서 동의도 비판도 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게 참 슬펐다. 시간이 지나 아직도 음대에 몸을 담고 있지만, 여러 학교를 돌며 공부해본 결과 정말 말도 안되게 언어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랄 수 밖에 없고, 아직도 놀란다. 일반적으로 머리가 좋은 학생들은 악기를 잘하면서 언어도 곧 잘 한다. 그러나 악기만 하느라 정말 정신이 없는 사람들은 그만큼 한정적인 음악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고, 나머지는 독어를 정말 제대로 다 하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독일에서의 체류가 길어지고 공부가 길어지는만큼 나에게 독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는 않다. 논문을 쓴다든가, 변호사와 상담을 해서 법률 자문을 해야한다든가 그런 면에서는 문제가 생기는데 일상생활과 레슨 그리고 세금이나 생활적인 다른 일들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고, 인생관과 철학에 대해 깊지는 않아도 대화가 될 정도로 지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건 정말 어쩔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해외에서 유학을 하면서 언어를 공부를 안 할 수가 있는지 그건 자질 부족이라기보다는 노력 부족이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되는데(물론 개인의 언어 능력이 차이가 나고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지만서도), 말도 안 되는 독어 능력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학위를 따서 귀국하는 거 보면 가관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그게 한 두명이 아니라 대다수라는 것이다. 얼마나 그게 바보같이 느껴지면 신문에 기고될 정도일까. 한 두번이 아니다. 꽤나 자주 올라오는 테마다. 

현재, 그리고 앞으로 독일에서 유학할 음대생들에게 얘기하고 싶다. 적당히 언어를 하고 적당히 예술을 할 거면, 애초에 그만두는게 낫지 않겠냐고. 아쉽게도, 독일인들도 마찬가지이기는 하다. 대학 재학 중에 있는 친구들 중에 자신의 철학과 예술성을 관철시키고 발전시켜나가려고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너무 이상적인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데,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금, 언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술과 철학의 깊이를 쌓지 못하고 하는 손가락 연습에 불과한 악기 전공은, 굳이 독일이 아니어도, 전 세계 어딜 가서도 마찬가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말 문화와 예술와 철학을 이해하고 싶으면, 언어는 필수를 넘어선 전제조건이 된다. 


독일의 대학에서 긴 시간동안 몸 담아있는 사람으로서 언어에 대해 조언을 하자면. 


1. 독어는 절대적으로 독일어가 모국어인 사람한테 배우는게 가장 좋다. 외국인들끼리 있으면 결국 할 수 있는 대화의 한계가 생긴다. 가능하면 독일인과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그 사람의 언어와 문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학원은 다녀봤자 한계가 있다. 현지에서 있는 거면, 여기 사람들과 마주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어나 문법의 체계는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철자도 마찬가지. 우리도 대한민국에서 학생으로 국어를 학교 때 괜히 배우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가 없다는 것을 인정했으면 한다.


3. 생활적인 것에 문제가 없고, 레슨을 들어가서 몸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언어의 한계를 예술로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언어가 통했을 때, 그리고 몸으로 하지 못하는 관념과 예술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눌 수록 더 좋은 음악이 나오고 더 좋은 예술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몸만으로 하는 예술은, 거기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예술은 전세계의 언어라고, 언어가 필요없다고 이야기하지 말라. 그것은 그만큼의 한계를 보여줄 뿐이다. 


4. 마지막으로, 이건 외국어여서가 아닐 수도 있다. 본인이 언어적인 것에서 그만큼의 능력이 없고, 관심이 없고 방법을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럴 땐 언어 전체적인 능력을 키우는 수 밖에 없다. 



한국에서 학사를 졸업하고 나와 석사나 엑자멘을 따고 들어가는 사람들의 경우에 가장 언어가 힘든 것 같은데, 그럴 수록 단기간에 악착같이 달려들어야한다. 나도 초반에 음악사나 음악학 수업들이 굉장히 힘들었고 점수가 바닥을 기는 경험을 했지만, 최소한 알아듣고 시험을 보고 자신이 무슨 글을 보고 무슨 수업을 듣고 있는지는 알아야할 것이 아닌가. 유학이 다 끝나가는데도 혹은 학교에서 2년 이상 지냈는데도 음악이론과 음악사 수업조차 못 들을 정도라면, 과감히, 그 유학생활이 크나큰 가치가 있지는 않았다고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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