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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사람 그리고 인맥

by 철학하는 광대 2016. 10. 11.

마감이 코앞에 닥쳐있는데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것은 최근에 들은 많은 이야기가 머릿 속에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쓰고 있는 곡은 전자음악을 포함한 곡인데 나 또한 작곡가로서 한 협회의 위촉으로써 쓰게 된 곡이다. 그 위촉이라는 것은 사실상 경제적으로 문화를 지원하려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떠한 추천이든 혹은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 알게 된(사람을 통해서가 아닌 21세기에 걸맞게 인터넷이라든지) 작곡가에게 어떠한 테마나 편성을 주고서 "곡을 만들어주시오"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 추천이라는 것은 특히 건너 알게 된 사람인 경우가 많은데, 현대 사회에서는 대부분 부정적으로 인식된지 꽤 오래되었다. 일반 회사에서도 음악계에서도 연예계에서도 낙하산, 스폰서, 접대 등 성적인 것 이외에도 참 많은 수식어를 달고 있는게 인맥이라는 단어지만 그것이 부정적으로 쓰이는 것은, 결국 추천을 받은 당사자의 능력이 부족할 때이다. 사실상 능력이 있는 사람을 끌어들여오는 것은 되려 당연시여겨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에 일어난 일 중에 유럽 어느 국가, 나름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자리를 그 누가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지휘자가 전화를 걸어, 내가 무료로 두번의 공연을 할테니, 다음 상임지휘자 계약에는 아무개 씨를 써주시오, 하는 일화가 있었는데 이는 놀랄만한 루머가 아닌 비일비재한 사실에 불과하다. 입에서 옮겨지고 옮겨져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들이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렇게 계약하게 된 상임지휘자의 실력은 과연 어떠할까. 전화를 건 지휘자나 상임이 된 지휘자나 그 능력을 논하지 않는다면, 일종의 부조리한 거래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우스운 것은 결국 나름 유명하다는 그 오케스트라도(물론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아닌 한 고위관계자의 결정이었겠지만)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시즌 중에 두번의 정말 큰 센세이션을 세계 유명 지휘자와 함께하고, 몇년 계약된 상임은 그래도 그 유명 지휘자의 추천이니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와 반대로 을의 입장에서 경제적인 수요를, 그리고 그 유명 지휘자의 객원지휘를 통한 오케스트라 유명도 상승을 계산하지 않을 수 없는게 결국 자본주의 안의 문화라는 것이다. 그 와중에 이름은 없어도, 능력으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상임이 '우리' 오케스트라에서 나올 수 있다면 그 누가 마다하겠는가. 다만, 그 새로운 상임지휘자가 최악의 지휘를 보여준다면 거기에 놀아나는 것은 음악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문외한 까막귀들일 뿐이다. 그 와중에 연주자 또한 음악에 대한 열정없이 단순히 음만을 나열해놓고 있다면 깡패같은 콘서트만 하게 될 뿐이다. 그래도 타산이 맞다면, 그 오케스트라는 적어도 저질의 문화를 유지해나아갈 수는 있는 입장이 된다. 

음악계에서 누군가 콩쿨 입상을 했는데, 그 사람이 유대인이자 동성애자이다라고 하면 인종차별이며 성적차별인 발언이 될지 모르겠으나(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음악계 종사자들이, 아, '그' 사람이 콩쿨에 입상했구나 하는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시선들은 시대가 지나도 그대로 머물러있는 듯 하다, 사실이 어떠하든간에.


결국 인맥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며, 자신의 능력에 따라 부정적으로 될 수도 그리고 긍정적으로 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어느 콩쿨에 마감일을 지키지 않은 참가자가 있다고 치자. 어떤 심사위원이 딱하게 여겨 혹은 아는 관계자가 몰래 참가 시켜줬는데, 그 누구도 뭐라할 수 없는 연주를 했을 때, 과연 당신은 누구의 손을 들 것인가. 그래도 그 법을 지키지 않은 참가자를 탈락시킬 것인가 아니면 눈 감아 주고 그 사람의 연주를 세상에 내보내겠는가. 어느 쪽이어도 사실상 참가자와 관계자가 법과 도덕을 지키지 않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당신의 선택만이 변할 뿐이지만,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변하지 않는 사실은, 그 참가자가 누구나 인정할만한 최고의 연주를 했다는 것이다. 그 참가자의 결과는, 앞으로의 유명세와 미래는 보장되는 바가 없지만, 그 자리 그 무대에서 최고의 연주를 한것을 모두가 보게 된다는 것뿐이다.

결국, 능력없이 가진 인맥과(인맥 또한 능력이겠지만), 능력 출중한 사람이 가진 인맥은 그 무게가 다를 뿐이다.


- 예술이 뭐기에 몸을 팔아서까지(그럼 몸은 또 뭔지 모르겠지만) 내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지(보여주고 싶은 것이 예술 뿐이 아니라, 돈과 명예를 지향하고 있는 것일지 몰라도) 평생 예술을 해도 모르겠지만, 언젠가 내 영혼을 팔아 내 음악을 하게 되거든, 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미치광이일 것이다. 미치광이면 어떻나. 결국 이 끌어오르는 예술혼을 나조차 식힐 수가 없었을 뿐인데. 다만 불쌍한 것은, 예술이 아니라 다른 것을 위해 내 삶을 팔게 되는 사람이 아닌, 자신의 의지 없이 팔게 되어버린 강제적 억압을 겪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술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다. 현대 사회는 그 예술적 열정만으로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 그 순수함을 진흙탕 저 밑까지 짓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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