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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유학생활기

독일 음악대학 학위에 대하여

by 철학하는 광대 2018. 1. 15.

수많은 한국 학생들이 독일 음악대학에서 유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위 명칭에 대해 불분명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특히, 귀국 후 쓰는 프로필/약력에 어떻게 써야할지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 같다) 이 페이지에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2010년 이전에 독일로 유학을 나온 음악 전공생들의 대부분은 직접 겪었을 Bologna-Prozess볼로냐 프로세스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다(볼로냐 프로세스에 대해 아직 모른다면 다음의 위키페디아 정보를 읽어보기를 바란다).

독어: https://de.wikipedia.org/wiki/Bologna-Prozess

한글: https://ko.wikipedia.org/wiki/볼로냐_프로세스


2010년 이전의 독일 음대의 학위는 Diplom디플롬이었다. 대개 9-11학기의 과정을 거치게 되어있으며, 대학 학위가 없는 경우 1학기로 입학하여 전학기를 거치게 되고 전공 같은 경우 4학기에 Zwischenprüfung이라는 중간시험을 보고, 마지막 학기에 Abschlußkonzert졸업연주를 하게 된다. 한국에서 Bachelor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유학을 나온 경우 Diplom 7학기로 입학하여 Aufbaustudium이라고 칭해 마지막 졸업연주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졸업장에는 Diplom-Musiker라 적히고 디플롬을 취득하게된다. 이 과정은 볼로냐 프로세스 때문에 2009년 10월 입학한 학생들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많은 학교들은 이미 그 이전에 볼로냐 프로세스 제도화에 따라 Bachelor(8학기 학사과정), Master(4학기 석사과정)의 과정을 도입했고, 2010년부터는 독일 전체 음대가 규율에 따라 학사, 석사가 분리된 과정으로 학생을 뽑기 시작했다. 때문에 약 2008년부터 2014까지, 늦게는 2016년도까지 디플롬과 학석사 세대가 다른 커리큘럼으로 학교를 같이 다니는 시기가 되었으며, 그 덕에(?) 수 많은 디플롬 졸업생들이 한국에서 최고 연주자과정이라 불리우는(이 과정에 대해서는 밑에 상세히 서술하려한다) Konzertexamen에 바로 지원하지 않고 Master를 거쳐 가는, 디플롬 졸업자들에게는 조금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8년 1월 현재에는 모든 학교가 Bachelor학사와 Master석사를 전공별로 뽑고 있다(물로 학교마다 전공마다 그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확인하여서 지원해야한다). 디플롬 졸업자들이 최고연주자과정을 바로 지원하지 못하고 석사를 거쳐가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새로 도입된 학사, 석사 과정에 입학한 학생들은 Studienplan커리큘럼이나 Prüfungsordnung이라고 불리우는 시험에 관한 학칙들이 정확하게 규정되지 않아(특히 첫번째로 입학한 학생들은) 많은 부분에서 피해를 보기도 했다. 언제 어떻게 시험을 봐야하는지를 정하지 않아, 학교에 재직 중인 교수들조차 어리둥절할 때가 많았으며 행정실에서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지금의 대부분의 학교들은 커리큘럼에 안정을 찾은 편이며, 커리큘럼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사실 Diplom디플롬, Bachelor학사, Master석사의 개념보다 귀국 후 논란(?)이 되는 것중에 하나가 최고연주자과정이다. 이 최고연주자과정이라는 것은 누가 처음 이렇게 번역을 하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으나, 현재 그를 칭하는 과정으로는 Konzertexamen(콘체르트엑자멘 과정이라고 쓰기도 하는), Meisterklasse, Soloklasse, Soloist Diploma, Exzellenzstudiengang, Solistenexamen 들이 있다. 인터넷이나 학생들끼리 어떤 과정이 더 높냐고 언쟁을 높이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서 독일 음대의 학칙을 예시로 정확하게 하나하나 짚어보려고 한다.


1. Konzertexamen(위에 언급했듯이 학교마다 전공마다 그 명칭이 다르기는 하나, 가장 많이 사용하는 콘체르트엑자멘을 통칭해서 부르기로 한다-원래는 학교마다 다른 시스템으로 다른 과정이 맞기는 하나, 한국에서는 모두 같게 통일 되기때문에-)은 Master석사 점수를 입시 때 본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독일에서 석사/디프롬 과정을 마친 경우 그 점수가 나오는데(1점 만점, 4점 통과인 북쪽학교들의 점수체제가 있는가하면, 남쪽학교들은 24점 만점인 체제를 가지기도 한다), 대부분 엑자멘 입시에서 요구하는 것은 가장 높은 점수대인 1.3(간혹 1.5이상)이거나, 21점이상(Karlsruhe칼스루헤의 경우, sehr gut의 범위를 21-24로 두고 있다: 아래 링크 참조)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1점 만점인 경우:

1 = sehr gut = eine hervorragende Leistung;

2 = gut = eine Leistung, die erheblich über den durchschnittlichen Anforderungen liegt; 

3 = befriedigend = eine Leistung, die durch- schnittlichen Anforderungen entspricht;

4 = ausreichend = eine Leistung, die trotz ihrer Mängel noch den Anforde- rungen genügt;

5 = nicht ausreichend = eine Leistung, die wegen er- heblicher Mängel nicht mehr den Anforderungen genügt  

출처: http://www.hfk-bremen.de/sites/default/files/media/allgemeiner_teil_der_masterpruefungsordnung_9-2-2011_0.pdf


24점 만점인 경우:

21 – 24 Punkte = eine sehr gute Leistung

15 – 20 Punkte = eine gute Leistung, die in einzelnen Punkten verbesserungsbedürftig ist 

7 – 14 Punkte = eine Leistung mit Mängeln

0 – 6 Punkte = eine überwiegend mangelhafte Leistung

출처: http://www.hfm-karlsruhe.de/hfm/03-Studium/pdf/immatrikulation/160623_ImSa2013_Lesefassung.pdf


특히 독일에서 석사를 졸업한 경우에는 반드시 저 점수를 통과하여야지 Konzertexamen입시에 지원이 가능하다. 각 학교마다 요구하는 점수가 다르니, 학교별로 정확하게 확인하여야한다.


2. 그러나 Konzertexamen은 무조건 Master학위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마다 그 규정과 방식이 다른 독일음대이기 때문에 입시 때 더더욱 이런 부분을 확인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Freiburg프라이부르크의 경우 학생이 아주 뛰어난 경우에 한해 Bachelor학사 졸업 후 바로, Rektor총장의 허가아래 이 과정에 지원이 가능하다. 


Zugangsvoraussetzungen und Zulassung

Der postgraduale künstlerische Studiengang Konzertexamen/Meisterklasse setzt einen

einschlägigen Masterabschluss oder einen damit vergleichbaren Abschluss (Diplom oder Äquivalent) voraus.
In besonders begründeten Fällen, über die die Prorektorin oder der Prorektor für Lehre entscheidet, kann das Studium des Studiengangs Konzertexamen/Meisterklasse bereits nach dem Bachelorstudium aufgenommen werden. Die Zugangsvoraussetzungen und das Zulassungsverfahren regelt die Immatrikulationssatzung der Hochschule für Musik Freiburg. 

출처: https://www.mh-freiburg.de/fileadmin/Downloads/Konzertexamen-Meisterklasse/SPO_Meisterklasse.pdf


 (물론, 이렇게 각 학교마다 그 경우가 다르지만, 사실 학사이후에 최고연주자과정을 들어가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기는 하다.)


3. Konzertexamen과정이 반드시 4학기, 즉 2년 과정인 것은 아니다. München뮌헨 같은 경우, Meisterklasse과정이라 칭하는데 1년 과정이며(München Meisterklasse커리큘럼 링크: http://website.musikhochschule-muenchen.de/de/images/PDFs/studium/Stundentafeln/Meisterklasse/Klavier_SP.pdf), Lübeck뤼벡 같은 경우 Konzertexamen이라 하는데 이 또한 1년 과정이다(https://www.mh-luebeck.de/studium/weiterbildung/konzertexamen/). 오스트리아의 대부분의 postgraduate과정이 1년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4. 이름이 다르다고 학위의 높낮이가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 부분이 어이없으면서도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인 것 같아 결국 목록에 넣어본다. 아주 간혹, Konzertexamen과 Meisterklasse(이 두개의 학위가 독일 음대에서 가장 많은 것 같다)의 학위 높낮이를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비슷한 과정이고 결코 높낮이를 비교할 수는 없다. 대부분 3.Zyklus라고 하여, 학, 석사 이후에 3번째로 입학하는 과정이라고 칭하고 있고, Bachelor를 졸업한 이후에 지원할 수 있는 학교들도 존재하긴 하지만 대부분 Diplom디플롬이나 Master석사 과정 졸업자들이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비교를 할 수는 없다. Freiburg프라이부르크 음대 같은 경우, 몇년 전까지 Soloist Diploma라는 명칭을 쓰다가 최근에서야 Konzertexamen/Meisterklasse라고 그 학위 명칭을 변경하여, 최근 졸업자들은 저 두 개의 학위 이름이 동시에 나오는 수여증을 받고 있다. 각 학교가 각각 다른 시스템과 다른 커리큘럼으로 운영되고 있고, 학교마다 교수마다 더 좋은 클래스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위를 비교하기에는 말이 되지 않음을, 언급해 두고 싶다. 


5. Konzertexamen은 결코 Doctor박사과정에 준한다고 할 수는 없다. 미국의 같은 경우, A.D.와 Doctor를 구분하는 것으로 얼핏 알고 있는데, Konzertexamen같은 경우 말그대로 실기와 그 외 부수적인 수업들로 이루어진 과정이지 결코 박사라고 부를 만한 과정은 아니다. 독일음대에도 Promotion 즉, 박사과정이 존재하며 대부분의 이 과정은 Musikwissenschaft음악학이나 Musikpädagogik교수학을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실기 전공으로 졸업한(줄여서 K.A., Künstlerische Ausbildung) 사람들이 아무런 증명없이 지원할 수 있는 과정이 아니다. 독일은 실기 전공한 사람들에게 마지막 과정으로 Konzertexamen과정을 제공하는 것이지, 이 과정은 결코 논문을 쓰거나 phD 과정이 아니다. 추가로, 독일의 대부분의 Promotion 과정은 오스트리아가 가지는 phD 과정과 다르다. 독일은 일반 대학도 마찬가지지만, 교수의 지도 아래 논문을 쓰는 것에 치중되어있는데, phD 과정은 학석사와 같이 그 독자적인 커리큘럼을 지닌채 논문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실기 전공인 학생들이 아예 Promotion 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처음 1-2학기에는 추가수업을 듣는다는 약속 하에, 혹은 석사과정에서 충분한 음악학 수업을 이수했을 경우 몇몇의 음대에서는 이 박사과정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다만 극히 드문 사례이기 때문에 각 학교마다 잘 알아보아야 한다.  


여담이지만, 독일 음대 졸업자들 중에 최고점, 만장일치(Auszeichnung)졸업이라고 기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학위를 불문하고 이런 경우는 최고점 1점이나 24점을 맞은 경우다. 대부분 졸업시험에서 이 점수를 받았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Konzertexamen의 경우 점수가 아닌 통과(bestanden)인 경우들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이 점수를 주는 것은 각 학교, 각 교수의 재량이라서 어떤 학교 어떤 교수 밑에서는 만점 통과자만 존재하고, 어떤 교수는 그 교수가 학교에 재직한 이후 만점 졸업자가 단 한명도 없는 클래스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이는 학생의 개인실력뿐만이 아니라 교수가 상대적으로 점수를 매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점수를 일괄적으로 비교하기가 불가능하고(이건 한국이나 전세계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두번째로는 실기졸업 점수 이외에 디플롬, 학사, 석사 모든 과정, 모든 시험동안 만점을 받아 졸업한 경우는 10년동안 독일음대에 몸담고 있는 필자가 독일인, 외국인 불문 단 한번도 보지 못했음을 증명하는 바이다. 물론, 기본 음악사, 이론 포함해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졸업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몇년에 한번 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다. 




독일은 한국과 그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Diplom이전 학위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그 때에는 Künstlerische Ausbildung 뿐만이 아니라 Künstlerische Reife-현재 콘서바토리에 남아있는 학위형태-, 혹은 전혀 다른 Magister와 같은 학위도 존재했었다고 알고 있다) 번역하기가 여간 쉬운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최고연주자과정이라는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새로운 단어가 등장을 했지만, 독일은 각 학교마다 그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번역하고 기입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며, 오류가 많을 수 있음을 언급하고 싶다. 


(혹시 틀린 내용이나 더 깊게 아시는 분은 댓글을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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