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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대한 집착

관계와 집단, 그리고 절차.

by 철학하는 광대 2018. 12. 27.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로 잘 맞는다는 표현은 어떠한 대상에 대한 관심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일처리 방식과 그 절차가 비슷할 때가 아닌가 싶다. 외딴 섬에서 자급자족하는 것이 아니라면, 매일 같이 누군가와 어떠한 일을 하게 되는데-아주 작은 예로 길거리에서 서로 마주해 걸어 지나가는, 사소하지만 매일 수천명과 일어날 수 있는 일까지-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대부분은 이렇다 정해진 규율과 같은 것이 있다. 일례로 편의점에서 물을 하나 사더라도, 손님의 입장에서는 물을 가져와서 계산대에 올리고 판매원의 입장에서는 바코드를 찍고 계산을 하게 되어있는 일종의 절차들. 상호 간의 정해진 법칙 같은 것으로 우리는 매일 하루를 살고 있다. 집에서 부딪히는 가족 간의 관계는 제일 긴밀하니 건너뛰어 사소(과연 이 사소하다는 것의 정의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한 일로 가자면, 집 현관문을 나가 지하철 역을 걸어가는 길에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지하철을 타러 가기 위해 지나가는 개찰구,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기관사는 지하철을 몰고 오고 있고... 아주 작은, 사소한 하루하루를 뜯어다보면 얼마나 복잡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그 규율 하나하나를 익히고 살아가고 있는지 아주 놀라울 따름이다. 학교에 가서 교육을 받고, 일한 후 세금을 정산하며, 세면도구를 사와서 집에서 씻는 행위까지. 모든 것들이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채, 익숙한대로, 배운대로 우리는 매일을 살아간다. 

그 절차를 밟는 일에서 상식을 넘지 않은 채로, 그러나 모든 단계를 본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면 문제는 그닥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절차를 혼자가 아닌 두 명 이상의 집단이 같이 진행하게 되면 그 안에서는 어느 새 권력이 발생하게 된다. 결정권을 행사하는 사람에게 권력이 주어진다. 아주 간단한 이치이면서도 아주 무서운 개념이다.

사람은 아무리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하더라고 성격이 다르고 살아온 삶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관점에서 다른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이 옳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배워왔고 그렇게 자랐기 때문이다. 가끔,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자격지심으로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어느정도 배운 사람이며 신뢰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는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생기는 마찰과 거기서 오는 각 개인의 결정은 권력이라는 것을 배출시킨다. 그 안에는 앞서 말했듯이 자라온 환경과 성격와 습관과 그 외 많은 것들을 포함한다. 우리나라 문화의 경우 특히 나이와 학력과 경력이 한 집단에서 권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나이가 많고, 학력이 높으며, 경력이 높을 수록 권력을 가지게 된다. 굳이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다. 지식과 경험이라는 것은 삶의 절차를 배우고 인생을 이끌어가기에 대단히 중요한 것들이기 때문에 사실 전세계적으로 비슷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현상이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것은 맞는 말이다. 어떤 그룹이든 가장 연장자가 가장 아는 것이 많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경험치까지 높다면 그 사람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그 사람은 그 집단의 최고권위자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생긴다. 모두가 다 같은 가치관으로 한 사람을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 외모가 최고의 권력이라면, 여기서 그 권력은 적어도 그 사람에게는 별 효용이 없을지 모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회 안에서 상식적으로 허용되는 권력 안에서의 조건이 사람들간에 꽤 비슷하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현재 사회가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반면 큰 문제는 비등할 때 일어난다. 어느 한쪽이 아주 잘난 것도 아닐 때. 서로 비교하게 되고 어떤 결정을 내려도 그닥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때. 그 때는 사실 어떤 절차를 밟아도 세상이 뒤집어질 만큼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그러나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이 상황에 대부분의 일은 방향성이 같은 이상 아주 큰 변화는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이 때 관계 안에서의 마찰은 최고조가 된다. 바깥에서 보면 별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추가해서 각자 집단 안에서 가지는 위치가 변화할 때마다 더 큰 문제가 생긴다. 특히 그 역할에 따라서. 

학생일 때, 선생일 때, 자식일 때, 부모일 때, 소비자일 때, 판매자일 때. 역할이 어느정도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가족이, 학교가, 회사가, 사회가 돌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고정되어 돌아가고 있는 역할, 그리고 그 안에서의 권력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면서도 때론 답답함을 불러온다. 그리고 그 답답함이 시작이 되는 이유는, 집단 안에서의 권력 궤도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당연했던 집단 안에서의 권력 구조가 변화하기 시작할 때, 마찰이 생긴다. 다시금 안착하기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 새벽 두시가 되어간다. 나중에 보충. 수면을 위하여. 지금은 건강이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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